원전연주의 대가 ‘존 엘리엇 가디너’ 공연 중 성악가 폭행
유럽 투어의 남은 공연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 밝혀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로크 음악 해석과 고음악 연주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 출신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80)가 공연 중 성악가 윌리엄 토머스(28)를 때린 일로 인해 사과하고, 유럽 투어의 남은 공연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가디너는 지난 22일 프랑스 이제르주 라 코트 생 앙드레에서 열린 베를리오즈 페스티벌 공연 중 윌리엄 토머스의 얼굴을 때렸습니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디너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가디너는 다음 날 공연에 나오지 않고 갑자기 런던으로 향해 자신의 주치의를 만났습니다.
한 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가디너가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의 1막과 2막이 끝난 뒤 토머스가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는 이유로 그를 백스테이지에서 때렸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가디너는 그 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음악가 토머스에게 사과했다”며 “이번 일로 불쾌했을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마찬가지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가디너는 자신이 설립한 몬테베르디 합창단, 낭만과 혁명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기로 예정된 유럽 투어의 나머지 공연에서도 모두 하차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신체적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음악가들은 언제나 안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내가 내 행동을 돌아볼 동안 여러분의 인내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가디너가 하차하면서 남은 투어 일정은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인 디니스 수사가 맡기로 했습니다.
토머스는 심하게 다치지는 않아 수요일 공연에 예정대로 출연했습니다.
토머스의 소속사 측은 “토머스는 앞으로 예정된 여러 페스티벌에 예정대로 참가할 것이며,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음악가는 학대나 신체적 손해가 없는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 측은 “22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존중과 포용은 우리의 근본 가치이며 연주자들과 직원의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바로크 음악을 당 시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역사주의 음악의 대가로 평생 바흐의 음악을 연구한 가디너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입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지휘자이며,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음악을 원래 악보와 당시의 악기 그대로 연주하는 원전연주에서는 최고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64년 대학생 때, 그는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시작했습니다. 이후 리용 오페라 오케스트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습니다. 또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들을 대부분 지휘해 보았으며, 많은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도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는 5월에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지휘를 맡기도 하였습니다.
가디너는 1998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게서 대영 제국 기사 작위를 받아 ‘존 경(Sir John)’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 ‘클래식 음악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그라모폰상을 1년에 3회 수상한 유일한 음악가입니다.
그러나 가디너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까다로운 성격으로도 유명합니다. 2010년 한 인터뷰에서 성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참을성이 없고 짜증을 잘 내며, 항상 연민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여러분이 들은 것만큼 악랄하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