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에 벨기에 브뤼셀의 콘서트홀 팔레 데 보자르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베르나르트 포크롤이 ‘김태한!’을 호명하자, 많은 벨기에 청중들과 주벨기에 유럽연합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김학재, 주벨기에 유럽연합한국문화원 김재환 원장 등 한국 관계자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K클래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티에리 로로는 김태한이 5번째 한국인 우승자라는 것을 의미하는 “다섯 번째!”라는 한국말로 축하했습니다. 이는 김태한 이전의 홍혜란(2011년, 성악), 황수미(2014년, 성악), 임지영(2015년, 바이올린), 최하영(2022년, 첼로)에 이어서의 5번째 한국인 우승자를 의미했습니다.
“즐기면서 노래했어요”
성악가 김태한. 사진:신한은행
22세의 바리톤 김태한이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는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인정받으며,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부문이 매년 교대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작년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에 이어 이번에는 김태한이 2년 연속으로 한국인 우승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대회 역사상 성악 부문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남성이 우승한 경우였습니다.
2위는 미국의 콘트랄토 재스민 화이트(30), 3위는 러시아·독일의 소프라노 율리아 무치첸코(29)가 수상했습니다. 베이스의 정인호(32)는 5위에 입상했으며, 바리톤 권경민은 결선 진출자로 기록되었습니다. 김태한은 1위 상금인 2만5000 유로(약 3500만원)를 받게 되었으며, 2위까지 해당하는 군 면제 혜택을 받게되었습니다.
선화예고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김태한은 나건용 교수님 아래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2000년 8월에 태어나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에 진출한 참가자들 중 가장 어리며, 작년 9월에 독주회를 통해 막바지 데뷔한 성악계의 신예입니다.2021년에 국내에서 열린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빛나는 재능을 세계에 드러냈습니다.지난해에는 스페인의 비냐스, 독일의 슈팀멘,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의 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점차적으로 해외 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그 이후, 성악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시상대를 받아 ‘K-클래식 스타’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이번 대회 결선에 진출한 총 12명의 참가자들은 지난 1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이어진 사흘 동안 경연을 벌였습니다.각 결선 참가자들은 최소 3곡에서 6곡을 연주하며,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반드시 1곡의 오페라 아리아를 포함해야 했습니다.전날 경연에 나선 김태한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총 네 곡을 불렀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어로 불러지는 베르디의 곡을 ‘불어 버전’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벨기에가 불어를 사용하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는데 있어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벨기에 왕실이 주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년 피아노, 첼로, 성악, 바이올린 부문을 순회하며 개최됩니다. 이는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히며, 한국에서는 홍혜란(성악, 2011년), 황수미(성악, 2014년), 임지영(바이올린, 2015년), 최하영(첼로, 2022년) 등 총 네 명이 우승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올해 대회는 본선 무대부터 한국인 참가자가 가장 많아 초반부터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성악가인 조수미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 이번 대회의 의미를 더하였습니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태한은 이번 대회의 2위 및 3위 수상자들과 함께 9월에 부산KNN방송오케스트라, 서귀포예술의전당,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구아양문화센터, 세종예술의전당, 경주예술의전당, 그리고 고양아람누리에서 총 7회의 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1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20주년 기념 오페라 어워드 갈라 콘서트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또한 DMZ음악제의 폐막 공연에서는 정명훈 지휘의 KBS교향악단과 함께 공연할 계획입니다.
콩쿠르 당시 영상. 출처:Queen Elisabeth Competition